2012년 8월 21일 화요일

노래와 우연, 그리고 비애 - 2012. 8. 21.

나를 개인적으로 아는 이라면 잘 알겠지만, 노래는 내 삶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의미를 가진다.
노래는 언제나 내 마음을 적신다.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슬프게. 나는 노래를 사랑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항상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로 가득하다.
모든 노래를 놓치지 않고 즐기고 싶은 욕심에 나는 보통 '랜덤재생'으로 설정하여 노래를 듣는다.
오늘은 내게 음악, 그리고 이 '랜덤'의 의미가 조금은 다르게 다가왔다.
노래의 매력 중 하나는 들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다. 시간, 장소, 상황, 그리고 내 감정에 따라.
어제는, 아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하게 다가왔던 노래의 가사가 갑자기 마음을 크게 울린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랜덤'하게 흘러나오던 노래들. 한 노래가 끝나고, 새로운 노래가 시작되어 들리는 전주.
갑자기 심장이 '쿵'하고 크게 뛰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우연히.
'왜.... 일까?'라는 생각.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다가, '우연히' 좋아하는 노래가 나왔을 때의, 행복한 느낌.
길거리를 지나다, '우연히' 좋아하는 노래가 나와, 흥얼거리며 걸었던 즐거운 기억.
일상 속에서, '우연히' 나온, 노래.
내가 그토록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소중히 즐겨온 것이 '노래'일까, 아니면 '우연'일까. 
우연에서부터 직관적인 연상이 이어진다. 우연. 필연. 반복. 그리고 일상.
문득 노래의 울림보다 더 큰 일종의 배신감과 비애가 느껴진다.
어쩌면 필연적이고, 반복되는, 죽어 있는 나의 일상 속에서 ,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우연'이 아닐까. 
그리고 노래는 그러한 '우연'을 환각적으로 느끼게 하는 마약.
마약의 환각 작용은 일시적이고 결국은 금세 현실로 돌아오며 중독된다. 너무나 닮았다.
결국 '노래'는 건조한 일상 속에 매몰된 내 존재를 반증하는 것인가.

노래를 되돌려 '일부러' 다시 그 노래를 재생한다. 
아까와 같은 커다란 울림은 전혀 없다. 
시 한 번 씁쓸한 비애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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